도대체 왜 그렇게 좁은 시야에서 현상을 바라들 보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부 남성 분들. 그럼 시집 식구들에게 모두 반말하지 그래. 그럼 여자들도 군대 가라.

이런 류의 상식 밖의 댓글까지 봤습니다.

군대는 왜 필요한 것입니까? 전쟁이 뭐 때문에 일어나죠?

전쟁을 일으키고 주도한 것은 늘 남성들이었습니다.

오히려 여성들은 그 전쟁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면 입은 쪽입니다.

이런 사실을 부정할 수 있습니까?

군대요? 남편, 아들, 오빠, 남동생, 남자친구. 여자들도 보내기 싫습니다.

마지못해 보내면서 울고 가슴 아파합니다.

결국 돌아보면 다 자기 피붙이 일입니다.

남성 분들, 생각해 보시죠.

결국 나의 어머니, 누나, 여동생, 딸, 내 아내가 겪는 일이고 대접받을 일입니다.

이게 남녀 구분해서 싸울 일인가요?

가족 호칭어에는 과거 일방적으로 강요받고 종속되었던

여성의 가정 내 위치와 위계관계가 교묘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냥 계속 써 오던 것이니, 익숙해져버려 그 사실을 모르거나 모르는 척 하는 겁니다.

어원이 바뀌어 그렇게 의식되지 않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잔존해 있는 게 있다면 사용자인 여성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캠페인 내용 중에 억지스러운 것은 비판할 수 있겠지만

주제에서 벗어난 무턱댄 비난이나 편가르기식의 반응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요.

캠페인의 본취지이든 아니든

전 이와 같은 문제 의식을 불러일으켰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글에서도 제기되었던 표준화법 이야기를 좀 해 보겠습니다.

일단 중복되는 호칭어가 너무 많습니다.

남편 누나도 형님, 아주버님의 아내도 형님, 아내의 오빠도 형님, 처형의 남편도 형님이랍니다.

내 남편을 애교스럽게 부르는 호칭어인 것 같아 부르기 낯간지럽다는 서방님의 경우

남편의 기혼 남동생 뿐 아니라 손아래시누이 남편도 서방님이랍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듯 보이는 제부도 표준화법에서는 서방(님)이랍니다.

나이가 어린 새언니를 올케라 부르는 시누이 입장에서는 '언니'라는 말이 걸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즘 사회에 나가면 이 '언니'란 말이 남발되곤 있습니다만,

대체적으로 나보다 먼저 태어난 여자형제 내지 여자선배를 이렇게 부르죠.

역으로 나이 어린 새언니의 입장에서도

나이 많은 시누이에게 아가씨라 부르기 민망한 건 마찬가집니다.

나이 많은 도련님도 마찬가지고

시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면 서방님이란 칭어는 더욱 낯간지럽다 합니다.

나이가 아주 어린 시누이와 시동생에게 아가씨, 도련님의 호칭을 쓰는 것도 난감한 일입니다.

사용자가 아닌 분들은 한 번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단순히 사극에서 풍겨지는 이미지 때문만이 아닙니다.

현대 드라마에서도 이런 단어가 버젓이 그 비슷한 이미지로 쓰이는 이상

그런 의미가 완전히 사장되지는 않을 겁니다. 거기다 홈드라마라는 TV극에서도 또 어떻습니까?

언뜻 모 드라마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나더군요.

남자들은 결혼하면서 왜 그렇게들 효자가 되는지 모르겠다구요.

남자들이 이렇게 효자로 보이는

그 뒷면에는 시부모 모시고 시동생, 시누이 뒷바라지까지 하는 아내가 있습니다.

명절만 되면 친정에는 갈 새도 없이 시댁에 가서

온종일 식사 준비에 제사 준비에 청소에 아이들 뒤치닥거리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어머니의 모습, 지금 우리네 어머니들의 자화상 아닙니까?

그럼 여자들은 쉬고 남자들이 일하자,

남편은 처제 처남에게 편하게 반말하니 그럼 아내도 시동생 시누이에게 반말하자,

이런 식의 유아적 논리가 아닙니다.

가족들이 모였을 때는 화목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하는 데

어느 누가 일방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주부들의 제일스트레스가 명절이라지 않습니까?

조금씩이라도 분담하여 도와가며 일할 때도 즐겁게,

놀때도 남녀노소 다 같이 즐겁게 놀아야 맞는 거 아닐까요?

호칭어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형님, 오셨어요?'라고 해서 다 같은 존대가 아닙니다.

겉으로는 존대하는 것 같아 보여도 진정 마음 속으로 존중의 뜻이 담겨있지 않다면

친근하게 반존대하거나 하다 못해 귀엽게 농담조로 말을 놓는 것보다 못한 겁니다.

호칭어가 불편하고 어색해서, 혹은 낯간지러워서

자녀들이나 쓸 말인 '삼촌, 고모'라고 부른다든지

친구 남편이나 이웃집 젊은 아저씨에게나 부를

'ㅇㅇ 아빠' 식으로 시동생들을 불러야 어디 쓰겠습니까?

어려운 상대가 아니라, 부르기 싫어서 피하고 싶은 존재가 아니라

마치 내 동생처럼 챙겨주고 싶은, 친근하면서도 서로가 기분 좋은 그런 대안호칭이 나왔으면 합니다.

그리고 여성 분들은 이런 문제도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군요.

여성들이 불편해 하는 호칭어가

혹시 여성들에 의해서 다시 세습되고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것은 아닌지를요.

예의를 모른다고 며느리를 꾸짖는 시어머니,

나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새언니를 은근히 무시하는 시누이,

시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핑계로

친정에 와서는 새언니 혹은 올케가 떠맡는 집안일 나몰라라 하는 시누이의 모습이

혹시 자기 자신의 모습은 아닌지를요.

어쩌면 여자들부터 바뀌어야 할 일인지 모릅니다.

나보다 나이가 어려서 '형님'이라고 부르기 싫다는 사람들은

내가 나보다 나이 많은 손아랫사람을 맞이할 경우에는

막상 이 사람들이 자신에게 존대를 안 해 주면 황당해하고 기분 나빠할 사람들입니다.

역지사지란 말이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