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旣婚)’이라는 말에는 ‘이미’라는 주관이 작동한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미혼(未婚)’ 역시 마찬가지다. 혼인을 하지 않은 상태인 사람 위치에서는 ‘벌써’ 일 수도 있는데, 한쪽의 시각만 반영되어 있다. ‘이미’, ‘아직’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왜 그런 의미를 부여했을까?

많은 여자들이 ‘미혼’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고, ‘비혼’이라는 대체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불행히도, ‘기혼’이라는 말에까지는 고민이 미치지 못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가 ‘비혼’이듯이 ‘기혼’이라는 말 역시 ‘결혼을 한 상태’만을 나타내는 말로 대체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