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상대방과 나를 '대등한' 위치에서 보는 작업에 실패했다. 넘쳐나는 호칭들이 이를 말해준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적은, 높은/낮은' 끊임없이 이런 관계를 파악해야 내가 산다. 항상 '누구의 누구' 이런 '관계'를 파악해야 '나'라는 존재가 산다. 한국말 자체가 인간을 줄세우는 조폭언어이기 때문이다.

한국어에서는 나이가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이 쓰는 언어가 다르다. 나와 상대가 대등한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관계는 ‘동갑’을 만났을 때이다. 그렇다 보니 ‘친구’라는 말이 ‘동갑’이라는 말로 통한다. 한국 사람들이 왜 나이에 예민한 걸까? 나이가 밝혀져야 내가 사용할 언어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고 적음은 ‘의지’로 선택할 수 없는 문제임에도 한국 사람들은 이런 태생적인 부분에 의미를 부여해서 서로를 들들 볶으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직시하기가 두려워 이런 조폭적인 발상을 ‘예의’라고, ‘어른공경’이라고 체면을 걸어 놓았다.

예의란 게 상호간에 지켜야 할 덕목임에도 아래서 위로의 예의만이 강조된다. 위에서 아래로의 예의는 간과된다. 이게 조폭 발상 아니고 뭔가? 똑같은 인간인데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른만 공경하란다. 유치하고, 성숙하지 못한 발상이고, 비인간적인 발상임을 한국인들은 자각하지 못한다.

한국말의 호칭 문제는 바로 이런 유치찬란한 발상에서 나온 거다. 제도 아무리 뜯어고쳐봤자 이런 조폭언어가 살아있는 한 인간해방은 없는 거다. 한국말의 호칭체계를 뜯어고쳐야  나라가 산다. '나'를 '나'이게 하는 언어로 거듭나야 한다. 호칭 고찰은 이래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상의하달은 되지만 하의상달은 통하지 않는 소통이 불가능한 이런 언어는 조폭언어다. '상하존중'과 '상호존중'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상하존중은 조폭세계의 언어다. 21세기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언어는 '상호존중'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