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의 어원은 악아 +씨입니다. 악아가 변하여 아가가 된 것이죠.

양반가에서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규범을 지키며 곱게 자란 규수를 악아, 하고 부른 것은 여러 문헌에도 나타납니다. 여기에 형제관계인 stepsister로서 가벼운 경칭보조어미 '씨'가 붙어서 아가씨가 된 것을 종이 상전을 부를 때 쓰던 말이라는 식으로 왜곡하는 건 견강부회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양반문화는 서구의 봉건문화와는 많이 다릅니다. 부분적으로 시대적인 한계상 여성비하적인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유산의 배분이나 결혼 후에도 부부별산제를 유지했다던가, 처가의 제사에도 똑같이 참례를 하고 며느리의 제례 참례 등 일제가 왜곡한 오늘의 '가상 이씨왕조'체제와는 그 실상이 엄청나게 다릅니다.

도련님 역시 마찬가집니다. 종이 상전을 부를 때의 도련님인 것이 아니라, 결혼하지 않은 양반가의 자제를 도령이라하였고, 이것은 남녀불문하고 반가의 윗어른들도 '김도령''최도령'하고 불렀던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여기에 경칭보조어미 님이 붙어 도령님, 도련님이 된 것이고, 이것은 친가의 안어른들도 손아래 '도령'을 부를 때 '우리 도령님''우리 도련님'했던 것인데, 이 호칭을 노비들도 썼다고 해서 종이 상전을 부르던 것이라 함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지요. 마치 마치 북한이 미국을 제국이라 불렀다고 미국을 제국이라고 하면 북한사람과 똑같은 사람이라는 식의 발상이나 똑같은 것이죠.

일상화된 차별을 찾아내 고쳐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필요한 것은 섣부른 한건주의보다 철저한 고증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