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TV에서 모 개그맨 형제가 사는 이야기를 보았다. 거기선 먼저 결혼한 동생 부인이 흔히 '아주버님' '시숙님' 이라 불리우는 (함께 살고 있는)개그맨 형에게 그냥' 형' 이라 부른다는 얘기가 나왔다.

결혼 전부터 그리 불러왔었고 그 호칭이 서로간에 편하기 때문에 그리 부른다는 게 이유였다. 함께 보던 시엄마가 비아냥 거렸다. "쟤네는 애미애비도 없나보다"

나도 궁금했다. 과연 다른 시댁 식구들이 저런 호칭을 인정해줄까?  물론 자신들끼리만 있을 때 그리 부르는 것이겠지..

결혼 후, 나 역시 초등학생인 남편의 사촌동생들에게 '아가씨, 도련님' 소리가 끔찍해서 아무 호칭도 쓰지 않고 이제껏 눈인사, 눈웃음으로 떼우고 있다. (결혼 3년차)

평소 길게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고 서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할 시간도 없었던 시댁 사촌들까지 친한척하며 거북살스런 높임호칭을 써야하는 것은 정말 불합리한 일이다.

누군가는 그나마 직계 시댁에선 그냥 며느리들을 이름으로 부르고 남편이 친정부모님께 똑같이 '아버님, 어머님' 불러주는 것에 감지덕지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건데(긴 연애 기간동안) 분명히 나 또한 지금의 '아주버님'을 '오빠 혹은 ** 형'이라 부르던 시간이 있었다. 서로간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 편했고 아무도 문제제기 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함께 술잔을 기울일 정도로 그 때엔 편한(?!) 관계가 형성되었었다. 그러다가 결혼식이 끝나 폐백실에서 맞절을 하고 나니 한 쪽은 받들어야 하는 '아주버님' 이 되어 있었고 나는 '제수씨'가 되어버렸다.

그 이후로는 아무도 돌이키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고 그만큼 서로의 관계도 멀어져 버린 것 같다.

만약 돌아오는 새해부터 다시 '**형' 이라 부르고 나도 이름을 불러달라 하면 '아주버님' 표정은 어떠할까.

(가족들과 술한잔 걸치고 술기운을 빌어 말해볼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