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兄弟姉妹)’라는 말에서 ‘여자’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는다. 여자는 여자를 ‘누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자매’는 남자의 눈높이에서 볼 때 누나와 여동생일 뿐 여자 눈높이에서 본 말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형제자매가 몇이냐고 물어보고, 오빠 몇/언니 몇, 누나 몇/형 몇, (여/남)동생 몇이라고 대답하거나 몇남 몇녀 혹은 아들 몇, 딸 몇이라고 대답한다. ‘형제자매’라는 한자가 ‘형, 언니, 오빠, 누나’라는 한국말 호칭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혼동이다. 그래도 찰떡같이 물어보면 콩떡같이 알아듣고 대답하는 게 신기하다. 영어로 "How many brothers and sisters do you have?" 라고 물어보면 이를 형제자매가 몇이나 되냐고 옮길 테지만 위냐 아래냐를 따지고 관계와 호칭이 뒤죽박죽 섞여 있는 한국말로는 정확하게 옮길 수가 없다. brother와 sister는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고 부를 때는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그런데, 한국말에서 ‘형’은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지만, 부르는 ‘호칭’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제’는 ‘관계’만 나타내는 말이다. ‘자’와 ‘매’ 역시 ‘관계’만 나타내는 말인 데다가 ‘자’와 ‘매’는 여자가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자’와 ‘매’는 남자의 눈높이에서 볼 때 여자끼리의 ‘관계’만 나타내는 말이다. 형제자매라는 말에는 ‘형과 남동생’, ‘누나와 여동생’이라는 관계는 들어 있어도 ‘누나와 남동생’, ‘오빠와 여동생’,‘ 언니와 여동생’이라는 관계는 설정되어 있지 않다.

나는 한국말에서 빚어지는 모든 호칭의 문제가 여기서 빚어진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