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도 모르는 ‘며느리’ 어원 놓고 ‘남존여비’?

‘며느리’에 대한 호칭을 놓고 때 아닌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달 말 여성이 여성에게 쓰는 호칭 바꾸기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남성과 여성을 평등하게 할 수 있는 호칭을 바꾼다는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며느리’라는 말의 어원을 놓고 논란이 되기 시작한 것.

이에 따르면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아들에 딸려서 더부살이로 기생하는 존재하고 하면서 철저한 남존여비사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말 사전에 정확히 규정된 어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말 어원만을 다루는 사전에서 역시 뚜렷한 어원을 정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대의 한 어학교수는 “한글 창제의 역사가 500여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원이 밝혀지지 않은 말들이 많이 있으며 이것이 한글이 갖는 아픔이고 한계”라고 전제한 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며느리 역시 어원이 분명히 밝혀지지 않아 추측과 속설만 남은 말 중 하나”라며 “‘며’의 경우 밥(식사)을 뜻하는 ‘메’에서 왔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만 ‘느리’의 경우 그 어원이 지금은 없어진 말이기 때문에 무엇도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 역시 “‘며느리’는 한국어사전에서 어원이 정의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말어원사전(태학사, 김민수 편)’에서조차 두 가지 어원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하나는 ‘며+나라+이’ 라는 것과 ‘며늘+이’라는 것인데 이 두 어원 모두 ‘이’라는 접사가 사람을 뜻하는 것은 공통된 부분으로 볼 수 있지만 ‘나라’나 ‘며늘’에 대한 뜻은 역시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는 것.

때문에 국립국어원에서조차 이에 대해 정의된 바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설명을 근거로 살펴본다면 현재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며느리’ 등 여성비하표현이라고 지적되는 단어들을 남존여비사상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