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언니/오빠/누나는 그들이 원해서 먼저 태어난 거 아니고, 나 역시 내가 원해서 늦게 태어난 게 아니다. 이건 지극히 태생적인 문제인데, 한국 사람들은 여기에 의미를 부여해서 인간을 줄 세운다. 왜? 그들은 ‘교류’라는 걸 모르고, ‘공존’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에 서로를 조폭처럼 줄 세워야 편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인간이라는 존재로 서로를 바라본다면 형/언니/오빠/누나 이런 호칭은 필요없다.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형/언니/오빠/누나는 나와 어떤 ‘관계’인지를 설명해주는 명칭으로 남겨두고 각자를 ‘이름’으로 부를 수 있어야겠다.

내 집안에서부터 ‘나’를 ‘나’로 보지 못하고, 저런 호칭에 입각해 나를 ‘타자’로 인식하다 보니 담장을 넘어 밖에 나가서도 ‘나’를 ‘나’로 보지 못하고, 똑같이 집안에서 부르던 호칭을 따른다. 온 세상 사람들을 온통 형/언니/오빠/누나의 관계로만 파악해서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거다.

이 복잡한 호칭체계에 나라는 존재를 함몰시켜 버려야 존재할 수 있는 현실 그것이 한국땅에서 살아가는 여자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답답해죽겠음이다. 모든 걸 남자와 여자의 구도로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는 한 인간이 개체로 존재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눈에 뜨일 리 없다.

시부모니, 시동생이니, 시누이니, 올케니, 처형이니, 매형이니, 형부니, 처제니... 이런 말을 잔뜩 분석해 올렸지만 이런 호칭 다 필요없다. 남편의 부모, 남편의 형, 동생의 아내, 누나의 남편, 오빠의 아내... 이렇게 관계를 설명하면 되는 거고, 각자의 이름 하나면 딱 족하다. 이러저러한 관계를 파악해서 그 호칭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하다보니 이눈치 저눈치 보게 되고, 결국 풀지 못하고 쌓인 감정들이 인간관계를 망쳐버린다.

마지막으로, 여기 게시판에서 대부분 감정적 반응만 보이는 남자들의 글은 ‘나’가 ‘나’가 되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