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樂호樂- 여성이 여성에게 쓰는 호칭 바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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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언어의 민주화'를 생각할 때
글쓴이 나댜 조회수 12055 회
작성일 2007-01-12 11:08:53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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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의 호락호락 캠페인에 대해서 칼럼으로 나온 기사가 있어서 퍼 왔습니다.

 

 

[시론] ‘언어의 민주화’ 생각할 때

임지현/한양대 교수·서양사

 

10여 년 전의 일이다. 영국의 한 출판사에서 집필 지침을 받아보고 난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십장’, ‘수공업자’ 등을 가리키는 foreman, craftsman 등의 단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남성을 뜻하는 ‘~맨’이 노동자를 대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 단어들은 성차별주의적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당시 나는 그 출판사에서 간행된 폴란드 노동사 논문에 대한 마지막 교정을 앞둔 상태였는데, 도대체 ‘십장’이나 ‘수공업자’ 등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어떻게 노동사를 쓸 수 있겠는가 하고 혼자 투덜거린 기억이 난다.

그 후 나는 한국에서 ‘체어맨’이라는 고급 승용차가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기억을 떠올렸다. 영어에서 남성주의적인 ‘체어맨’은 중립적인 ‘체어퍼슨’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어 사라지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급 승용차가 ‘체어맨’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팔린다는 사실은 말에 대한 한국 사회의 무신경을 잘 드러내 주는 예가 아닌가 한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외화의 더빙에서도 말의 힘에 대한 성찰은 없다. 원어(原語)에서는 서로 이름을 부르는 대등한 관계의 화법이 한국어 더빙에서는 여성 주인공이 남성 주인공에게 경어를 쓰고 남성은 여성에게 반어를 쓰는 권력관계의 화법으로 둔갑한다.

폴란드의 현실 사회주의 체제는 독신 여성들에게 ‘판나(panna)’라는 큰 글씨의 스탬프가 찍힌 여권을 발급했다. 일상의 폴란드어에서 ‘판나’라는 말은 ‘노처녀’라는 부정적 뉘앙스가 큰 단어였다. 여성을 인간 자원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권력의 의도가 ‘노처녀’에 대한 경멸로 무심코 드러난 것이다.

한때 남한의 대학생들에게 ‘녀성은 꽃이라네’라는 북한 노래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인간이나 여성의 권리를 이야기하기조차 부끄러운 북한은 그렇다 쳐도, ‘여성은 한 가족 알뜰살뜰 돌볼 꽃’이라는 그 노래에 대한 ‘진보적’ 대학생들의 열띤 반응 역시 낯 뜨겁기는 마찬가지다. 이 노래의 집단심성은 독신 여성의 여권에 ‘노처녀’라는 스탬프를 마구 찍어 댄 폴란드 공산당의 언어폭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편부모’ 대신 ‘한부모’를, 또 ‘미혼 여성’ 대신 ‘비혼 여성’을 쓰자는 여성운동의 제안들은 신선하다. 정상 가족과 비정상 가족의 차별을 막고,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여성의 의지를 존중한다는 의미를 그 안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인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따르면, 말은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만들어낸다. 현실이 말의 체계를 통해 파악되는 한, 말은 우리의 생각을 지배할 뿐 아니라 현실을 만들어 나가는 체계이자 구조이다. 말이 말로 그치지 않는 것이다.

언어생활의 민주화가 정치적 민주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도 현실을 만드는 말의 힘 때문이다. 남녀평등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 못지않게, 성차별주의로 가득 찬 일상 언어의 민주화가 중요한 것이다.

어원에 대한 기원주의적 집착과 과민 반응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성민우회가 벌이고 있는 ‘호락호락’ 가족 호칭 바꾸기 캠페인의 문제의식은 그래서 소중하다. 기원을 떠나서, ‘오라비의 계집’을 뜻하는 올케라는 호칭은 사실상 아가씨니 도련님과 같은 시집 식구들에 대한 호칭과는 비교가 된다.

정교한 존대어법과 위계질서의 기호로 가득 찬 한국어 체계에서 민주적인 대안적 호칭을 찾아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민우회의 ‘호락호락’ 캠페인 사이트에 올라온 쌍말과 욕으로 점철된 댓글들을 보면, 개헌이나 정치적 민주화는 차라리 쉽다는 생각도 든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어렵고도 멀다.

글을읽고 님 남김 2007-01-13 09:21:51
여론몰이 보단 바른방향으로 호칭바꾸기 캠페인이 되길바라면서.....
윗글을 쓴 한양대 사학과 임지현 교수의 재미있는 옛인터뷰가 생각나 소개합니다.
(출처는 서울대 뉴스 스누나우라는 곳으로 기억하는데,
전체내용은 너무길어 요점만 정리해봤으니 인터뷰전문내용은
네이버 검색창에 "고구려사가 어떻게 한국사입니까?"라고 치시면 볼수있을겁니다.)

질문자:최근 들어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추진하면서
         고구려사 귀속을 둘러싼 양국간 논쟁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임지현교수:"고구려사가 어떻게 한국사입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시대착오적이고  비역사적인 싸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고구려사를 놓고 한국사냐 중국사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이건 200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당시에 중국이라는 실체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한국이라는 실체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요.
               있었던 것은 그저 고구려일 따름입니다.
               그런데 그 2000년 전에 존재했던 고구려에 (근대 동아시아의 경우)
               20세기에서야 등장한 근대국민국가라는 개념을
               그대로 투영시켜 버리는 것이 지금의 논쟁구도인데,
               이건 시대착오입니다. 인식론적으로 성립이 안 되는 얘기이지요.
               가장 비역사적인 사고방식에 입각한 논리를 역사학자들이
               전개하고 있다는 코믹한 상황이랄까요.
               (교수님의 수준높은 논리는 그렇다치고, 그럼 중국이 어떻게 하든말든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한다 말인가?)

질문자:독도의 영유권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묻자?

               독도란 근대적 국경개념(선)이 형성되기 이전인 전근대 시기의
               애매한 경계 지대로서,
               귀속된 국가가 명확하지 않았던 넓은 영역의 일부였다는 것.
               이를 역사학에서는 변경(border zone)이라고 부르며,
               이 변경(산포된 여러 개 점)이 전근대 국가간 경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형태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독도는 양국 어민들이 넘나들던 일종의
              '점이 지대'로서의 성격을 지니며,
               그러므로 독도가 역사적으로 누구 땅이었는지를 가리자는 싸움은
               근대에서야 생겨난 개념을 전근대에 투영하는 비역사적인 짓이라는 것.
               (우리는 그럼 어찌해야하는지도 알려주셔야죠? )

                (그외의 임지현교수의 주장)
                '제주도가 당연히 우리 땅이라는 건 과연 누구의 입장이냐'
                 (이 발언은 거의 쇼킹한 수준이네요.재밌는 교수지요~헐헐)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한국의 '역사 지키기'나 시대착오이긴 마찬가지'
                '국사의 태생 자체가 '만들어진 역사' 국사는 해체 되어야한다'
                 (뭐,학문적으로는 다 좋은말씀이신데, 상대가 있으니 우리도대응을....)

                 오늘의 한자공부
                *가관[可觀]:꼴이 볼 만하다는 뜻.
                *유유상종[類類相從]:비슷한 부류의 인간 모임을 비유한 말
                *자충수[自充手]스스로 행한 행동이 결국에 가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본문의글  ‘언어의 민주화’ 생각할 때,
                 교수의 마지막글(개헌이나 정치적 민주화는 차라리 쉽다는 생각도 든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향한 길은 어렵고도 멀다.)처럼
                 반평생을 북에서산 탈북자나 문화가 다른
                 결혼이민자와 소통하기는 쉬워도,
                 민주화 이후에도 이들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학문적*사상적 이데올로기와
                 소통해 보기가  참으로 어려운것 같습니다.
                 임지현교수가 호칭변경캠페인에 지원사격을 한거같은데
                 내가보기엔 지원사격을 하지않아 주는것이 오히려
                 이번 켐페인을 더 도와주는 일이였을듯 합니다.
호칭문제 잘 진행되었으면 좋겠네요.(펌)
정말 궁금한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