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에 얽힌 이야기를 생각하면, 나도 빼 놓을 수 없는 사례가 하나 있다.

지금은 완고하신 노인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해 버릴 수 있는데 그때는 어찌나 서럽던지...

나하고 두 살 터울의 오빠가 있다.

그 오빠가 내 학교때 후배와 결혼을 했다.

아끼고 귀여워하는 동아리 후배라 자주 집에 드나들었는데, 서로 끌렸었나보다.

워낙 둘이 친하던 터라 결혼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격식을 차리는 집안이 아니었기에 결혼 후에도 후배는 나를 언니로 불렀고, 나도 편하게 후배의 이름을 불렀다.가족들과도 워낙 허물이 없었기에 호칭이 문제 될 건 없었다.

가끔씩 남들 있을 땐 조심하라는 엄마의 걱정어린 당부가 가끔 있었을 뿐.

오빠가 결혼한 그 해, 나이드신 집안 어른들이 모두 모인 명절.

엄마의 당부도 잊고 평소처럼 후배의 이름을 부르고 말았다.

지금은 세상에 안계신 당숙 아주머니라는 분.

정색을 하시며 우리 둘을 부르셨다. 그리고는 '예절이라는 것이 있는데, 본때없이 그게 뭔짓이냐'며 우릴 나무라셨다.

그때 그냥 알았다고 하고 물러났어야 했을까?

'이름부르는게 어때서요?' 약간 부아가 난 내 한마디에  그 분의 노염은 하늘을 찔렀고, 화기애애한던 분위기는 갑자기 싸늘해 졌다.

그리고 중재에 나선 엄마가 교육 잘 시키겠다고, 본인의 잘못이라고 머리를 조아렸다. 난 그 모습에 더 화가 났다.

평소 '새언니'란 말이 혈연으로 뭉친 우리집에 새롭게 들어온 사람을 지칭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썩 달갑지 않았고, '올케'라는 어원을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그 또한 사용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 그걸 떠나서라도 후배와 나는 그간의 관계가 있었기에 서로를 존중하며 편안하게 관계를 맺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마치 내가 후배를 무시해서 그런다는 식으로 오해를 받는 것 같아 미칠 것 같았다.

몇 년 전 일인데도 그 장면을 떠올리니 맘이 답답해 진다.

암튼 그런일을 겪으면서 호칭이라는 것, 예의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집 식구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린 서로를 언니라고 부르는 사이가 됐다.

모르는 사람들은 가끔 의아해 하기도 하지만, 그게 서로 편하니까.

그리고 가끔 서로를 언니라 부르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많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