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오빠가 한 명 있습니다. 세 해 전에 혼인을 했지요. 연애 기간이 길었기에 저도 오빠랑 결혼하신 분을 몇 해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저보다 두 살 어린 까닭에 그이는 스스럼없이(즉, 묻지도 않고 -_-;) '언니'라 불렀습니다.

결혼식 며칠 전, 온라인 청첩장 사이트에 가서 축하인사를 남겼어요. 거기에 그분이 댓글을 달았는데 오마나, "아가씨도 얼른 결혼하세요"더이다. 아/가/씨 세 글자를 보니 숨이 턱 막히더군요. 모르는 사이에서도 많이 쓰이는, 그러나 대부분의 여성들은 싫어하는 '아가씨'라는 호칭의 뉘앙스(?)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누가 '아가씨' 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기분이었지요. 갑자기 '언니'에서 '아가씨'로 격상(? 격하?)된 제 위치가 실감나서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뭐랄까, 그 단어를 보고 순간 툇마루에 세숫물 떠놓고 아뢰는 종 이미지가 겹쳤다면 이해가 빠르시려나요? 저는 그간 제 오빠는 오빠이지만 그 오빠의 배우자는 오빠와는 다른, 별개의 인격체이며, 저랑 맺는 관계도, 비록 오빠가 중간에 개입되기는 하지만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가씨'라는 호칭 하나로 그분은 순식간에 한 여성이 아닌 '시집의 질서'에 묻힌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 3자의 관계에서 오빠가 존재하지 않으면, 오빠가 '중심'이 되지 않으면, 그분과 저의 관계는 아무 의미가 없게 되어버렸다는 거죠. 각각의 여성인격체 둘이 평등하게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봉쇄된 느낌이었습니다.

다행히 오빠의 그분도 그 호칭이 썩 달갑지는 않았던지 3년 동안 '아가씨' 소리를 들은 건 두어 번 남짓입니다. 들을 때마다 소름이 끼쳤지만요. 어쨌든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담번에 '언니'('올케'나 '새언니'가 싫어 나름대로 혼자 타협한 호칭이랍니다, 쿨럭;)를 만나면 꼭 말해야겠어요. 자신을 그렇게 낮추지 말라고, 나는 당신의 상전이 아니라고요. 그러니 둘이 함께 좋은 말을 한 번 찾아보자고요 :)